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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400852
한자 樓亭
영어의미역 Palace Pavilion
분야 생활·민속/생활,역사/전통 시대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남도 하동군
집필자 강정화

[정의]

경상남도 하동 지역에 있는 누각과 정자.

[개설]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일컫는 명칭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는 누(樓)·정(亭)·당(堂)·대(臺)·각(閣) 등을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누각은 대개 높은 언덕에 돌이나 흙으로 쌓아올린 대 위에 세운다. 정자는 누각에 비해 작은 건물로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으로 되어 있으며, 주로 놀거나 휴식할 장소로서 산수 좋은 높은 곳에 세운다.

따라서 누정은 일반 살림집과는 달리 자연을 배경으로 한 남성 위주의 유람이나 휴식 공간으로 지은 특별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방이 없이 마루만 있고 사방이 두루 보이도록 막힘없이 탁 트였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높은 곳에 건립하는 것이 특색이다.

자연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려는 정신적인 기능이 강조된 건축물로서 주로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거나 정신수양을 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풍류, 관망, 정서적 휴식, 추모, 강학, 집회 등을 위해 건립하였으며 주거와 관련된 곳에 다른 건축물에 부수된 건물로 건축하거나 독립된 단일 건물로 건축하기도 한다. 인공 구조물이기는 하나 자연에 동화되고 선인(仙人)과 같이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동 지역 누정의 이모저모]

하동은 지리산섬진강을 품안에 두어 자연풍광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곳인지라, 예로부터 많은 누정이 건립되었다. 그러나 누정 본래의 목적에 맞게 건립되어 현전하는 건물은 많지 않다. 1997년 하동문화원에서 발간한 『하동누정재지』에는 모두 270여 누·정·재 관련 기문이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원래의 누정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개가 문중에서 선조를 향사하는 재실로 지어졌거나, 원래 누정이었던 것이 재실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

현전하는 하동 지역 누정 중 원래의 목적과 기능을 보존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하동군 하동읍에 누각으로 풍화루가 있고 정자로 섬호정·하상정·송암정이 남아 있으며 건물은 없고 유허지로만 현전하는 오룡정 유적이 있다. 그리고 하동군 악양면에 누각 악양루팔경루가 있으며, 그 외 화개면악양정, 옥종면명옥정·하한정·함월정, 양보면만산정 등의 정자도 있다.

풍화루하동향교의 출입문으로 사용되는 누각이며, 악양루는 하동의 역사를 담은 대표적 누각으로 고건축으로서의 전통적 격조를 지닌 건물이다. 섬호정하동향교 뒷산인 갈마산 꼭대기 하동공원 내에 위치하는데, 사방이 탁 트여 섬진강지리산은 물론 하동의 모습을 조망해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하동군 하동읍에 현전하는 누정 중 원래의 목적과 기능에 가장 잘 부합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하상정하동 송림 내에 위치하여 당초 궁도장으로 활용되었으나, 2005년 하동 송림이 천연기념물로 제정되면서 궁도장이 이건하고 건물만 남아, 오히려 정자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 가고 있다. 송암정섬진강가 호암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유려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와 광양 백운산 자락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팔경루는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으나 악양의 오랜 역사가 남아있는 취간림 내에 위치하며, 사방이 모두 트인 건물 구조를 띠고 있다.

하동군 화개면악양정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20호로 지정된 건축물로, 조선 초기 유학자 정여창(鄭汝昌)[1450~1504]이 은거하여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정자이다. 15세기 말경에 지은 것으로 추정하며, 1901년과 1920년에 중수하였고, 1994년 도·군의 지원을 받아 크게 보수하였다. 악양정정여창의 삶과 함께 교육적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하동군 옥종면은 역사적으로 하동 지역의 유학자가 배출된 대표적 명문 고을로 인근 지역 학자들과의 교유가 왕성하게 행해졌던 곳이다. 따라서 교유의 장소로서 많은 누정이 건립되었다. 명옥정재령 이씨 문중의 이수희가, 하한정은 옥종 지역 20여 명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함월정은 함안 조씨 문중의 유학자가 각각 건립하였다. 이들 세 누정은 창건자의 생존시기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이 시기 옥종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된 문인들 간의 교유 및 문학 활동 연구에 중요한 장소로서 연구 가치가 있다.

이중 풍화루오룡정 유허지를 제외한 다른 누정들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명옥정은 위치한 장소에 마을이 형성되어 인가 한가운데에 현전하고 있으며, 그 외 나머지 누정들은 마을의 끝자락이나 산기슭에 위치하여 풍광의 수려함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에 있어서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기와를 얹은 목조 건물이 주를 이루었다.

[현황과 전망]

현전하는 하동 지역 누정은 문중에서 선조를 향사하는 재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누정의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여 창건되었으나 후에 재실의 기능으로 변모한 것도 많다. 이들 재실은 해당 문중의 노력으로 관리가 제법 이루어지고 있으나, 누정의 경우는 관리와 보존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

악양루는 현재 통행량이 많은 하동~구례 간 대로변에 위치하여 수많은 차량의 먼지와 진동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으며, 게다가 관청의 관리 소홀로 인해 노숙자들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풍화루에 대한 관리 및 보존은 향교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곧 하동향교는 읍내 한 가운데에 위치하나 현실에 소용이 닿지 않는 구시대 건축이라 여겨 예산 배정에 인색하고 관리에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그 외의 건축물들은 해당 면사무소나 문중에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명옥정이나 하한정처럼 문중에서 잘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송암정처럼 오래도록 폐허로 방치되어 있는 것도 있다. 관리 소홀로 인한 누정의 훼손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문중은 물론 마을이나 읍면 단위로 이를 관리하고 활용할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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