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7020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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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言語 |
이칭/별칭 | 방언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군산시 |
집필자 | 박시균 |
[정의]
전라북도 군산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개설]
군산의 언어는 전라북도 지역어의 하나에 속한다. 일상어의 일종인 지역어[또는 방언]는 특정 지역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므로 그 지역의 고유한 성향을 포함하는 중요 문화 자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산의 언어는 군산의 문화를 머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라는 용어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군산의 문화는 군산의 지리, 역사적 특성도 포함하고 있다. 군산의 언어가 군산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군산의 지리적 특성 및 역사적 특성이 언어 안에 모두 포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준어 규정에서는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하고 있어 지역어는 마치 지방의 말 또는 변방의 말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편의상 ‘표준어’를 서울말로 정한 것이지 지방말이 ‘표준어’인 서울말에 비해 열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역어를 표준어와 상보적인 위치에 있는 말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표준어보다 지역어를 쓰는 것이 대화 분위기에 맞고 더욱 다정한 느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에서도 지역어의 효용 가치를 알 수 있다.
군산은 전라북도 서해안의 금강 하류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항구 도시이다. 따라서 항구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전라북도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 농업이 주를 이루는 김제시, 시가지와 시골 지역이 공존하는 익산시가 군산시와 접하고 있는 도시들이다.
군산의 지역어의 특성은 군산의 지리적 위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군산이 속한 지역이 전라북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전북 지역의 지역어 중의 하나로 분류되지만 지역적으로는 충청남도의 서천 지역과도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서 충청남도 서천의 지역어와도 비슷한 특성을 나타낸다.
지역어의 특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 가지 있다. 군산이 항구 도시라는 점이다. 항구 도시의 경우는 중앙 지역에서 선박을 통해 왕래하는 사람의 수가 내륙지역에 비해 많기 때문에 표준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군산 지역은 전북의 타 내륙지역에 비해 표준어를 더 용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군산의 지역어가 전북의 타 지역어에 비해 표준어에 더 가까운 특징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일제 치하에서는 미곡이 집산되어 일본으로 옮겨지는 항구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많은 일본인이 거주하다가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이들 일본인의 대부분이 떠나갔다. 일본인이 떠나가면서 그들이 떠난 자리에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살게 되면서 각 지역어의 혼재가 일어났다. 이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지역어로 의사 소통을 시도했으나 서로 간의 의사 소통에 어려운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의 지역어를 써서는 의사 소통에 곤란을 겪음을 알게 되었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표준어를 써서 서로 의사 소통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것이 군산이 전라북도 내에서 표준어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 된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하겠다.
군산은 1995년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되면서 도심과 농촌 지역이 혼재하는 도촌복합형 도시가 되었다. 이런 혼재적 특성은 언어에도 나타나는데 도심 지역의 거주민은 교육과 매스컴의 영향으로 표준어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고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에는 지역어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언어를 구사하는 비율이 높다. 연령별로 보면 7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지역어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3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는 표준어에 가까운 지역어를 구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도심 지역에는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농촌 지역에는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거주민의 지역적 분포 특성과 연령적 분포 특성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도심 지역에서는 표준어 구사, 농촌 지역에서는 지역어 구사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군산 지역 언어의 변화]
언어의 특징 중 한 가지가 계속적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군산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법적으로도 몇가지 대표적인 변화를 겪어 왔는데 우선 살펴볼 것은 융합 현상이다. 방언은 구어인 관계로 축약이나 융합 현상이 심한편이다. ‘이것이 머시다냐?’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허냐?’의 축약형이고 ‘이것이 머시단가?’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허는가?’의 축약형이다. ‘거그는 방애[방아]를 소가 돌린담서?’는 ‘거기는 방아를 소가 돌린다면서?’의 축약형이고 ‘연탄 소독이 소독이람서?’는 ‘연탄 소독이 소독이라면서?’의 축약형이다. 이 외에도 ‘갈란다[갈라고 헌다]’, ‘맹길란가?[맹길라고 허는가?]’, ‘올랍니다[올라고 합니다]’ 등이 있다. 이처럼 표준어에 비해 더 많은 축약 현상을 겪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접속 어미의 종결 어미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디’이다. 이는 중세 국어에서 ‘-관ㄷ.ㅣ’였다가 변화된 것인데 중세 국어에서는 선행문에 반드시 의문사를 가지고 후행문은 의문문으로 끝나는 문장에서 쓰이는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형태소였다. 하지만 현대 군산어에서는 이 어미가 종결 어미화 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 ’야달시에도 밥 안먹간디?‘, ’그너미 여그 와서 살게 생겼간디‘ 등이 그 예이다.
세 번째로는 부사를 생성하는 어휘화이다. ‘-드락’이라는 형태소가 부사파생 접미사로 기능을 한다. ‘점드락 공부허는 거여?’와 같이 쓰이는데 이 때 ‘점드락’은 ‘날이 저물도록’의 뜻이지만 ‘하루 종일’, ‘온종일’이라는 부사로 쓰인다. ‘날새드락[날이 새도록] - 밤새’, ‘밤새드락[밤이 새도록] - 밤새, 내내’도 비슷하게 쓰인다. ‘-나게’도 유사하게 쓰이는 예이다. 이것도 부사 파생 접미사화하여 군산어에서 쓰이는 부사들을 많이 생성해 내고 있다. ‘돈이 겁나게 많네’, ‘무엇이 이렇게 열나게 허는가?’ 등의 예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직사나게, 허벌나게, 풍신나게, 신나게, 불나게’ 등이 부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군산어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언어 변화 현상들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 교육과 방송 및 인터넷, 인쇄 매체의 영향으로 표준어에 접근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변화와 접근의 양방향성이 군산어를 군산어답게 만든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조사 및 관찰을 통해 군산어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