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와 대성리에 걸쳐 있는 계곡.

[개설]

화개천 계곡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머물렀던 쌍계사가 있어 예부터 선비들이 지리산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찾는 곳이었다. 조선 중기 양경우(梁慶遇)는 「바다를 따라 나있는 군현을 다 둘러보고서야 두류산에 들어가 쌍계사, 신흥사를 감상한 기행록(歷盡沿海郡縣仍入頭流賞雙溪神興紀行錄)」에서 “화개에 이르자 골짜기[섬진강] 입구가 서쪽을 향해 있었고, 골이 매우 웅장하고 깊었다. 큰 시내[화개천]가 산속에서 흘러 내려 바위를 치며 우레 소리를 냈는데, 큰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이 바로 화개의 하류였다. 여기서부터 강을 따라가는 길을 버리고 시내를 따라 10여 리를 가니 쌍계의 어귀가 나타났다”라고 하였고,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은 「증사준상인(曾思竣上人)」에서 “지리산 쌍계동의 빼어남, 금강산 만폭동의 기이함”이라고 하면서 지리산의 빼어난 경치가 화개천 계곡 한 골짜기에 모두 다 들어 있음을 칭찬하였다.

[자연 환경]

지리산 남부 지역에는 화개천 계곡, 악양분지, 횡천강 변 청암계곡 등 세 개의 긴 곡지가 있다. 이들 곡지의 지형적 공통점은 섬진강에서부터 하천 중류까지는 모두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상류 부근에서 모두 북서~남동 방향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세 개 계곡 모두 북동~남서 구조선을 따라 형성되었고, 계곡 형성 이후 제4기에 북서~남동 방향 구조선이 개입됨으로써 하천 상류가 북서~남동 방향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화개천 계곡에 경치 좋은 곳이 많은 까닭은 편마암 산지이면서도 화강암 지형 경관을 보이기 때문이다. 화개천 계곡의 유역 분지는 하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화강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강 편마암은 암석학적으로는 편마암으로 분류되지만 자연 지리학에서는 풍화 양상과 지형 경관이 화강암과 비슷하기 때문에 화강암 지형으로 분류된다. 편마암 지형 경관이 토산의 모습이라면, 화강암 지형 경관은 다양한 크기의 암석 지형 경관을 띤다.

편마암 풍화층은 생태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식생 밀도가 높아 편마암 산지로 흘러내리는 물이 맑고 가뭄을 덜 타며, 홍수 때에는 강수량을 적게, 갈수기에는 꾸준히 물을 흘려보내 준다. 화강암은 생태적으로는 열악하지만 절리(節理)[암석에 외부의 힘이 가해져 생긴 금]를 중심으로 거력(巨礫)[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큰 암석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오는 풍화 양상 때문에 하천 계곡에 거력들이 많고, 거력들과 자갈의 집중과 분산으로 경치 좋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화개천 상류에 있는 대성계곡, 선유동 계곡, 단천계곡, 의신계곡, 연동계곡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지리산 일대에 가해지는 다양한 지구조적 간섭으로 구조선이 발달하여 불일폭포와 용추폭포처럼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폭포를 만들어 낸다. 화개천 계곡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어서 지리산 최고의 계곡으로 꼽힌다.

[현황]

섬진강 분류와 화개천이 마주치는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에서 대성리 의신마을까지 약 16㎞에 걸친 화개천 계곡은 수많은 역사와 수려한 자연, 명승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특히 봄철이면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화개 10리 벚꽃길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 길은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