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400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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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孤石- |
영어의미역 | Tale of Lonely Stones |
이칭/별칭 | 「고석배기들」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
집필자 | 한양하 |
수록|간행 시기/일시 | 200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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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명 |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
채록지 |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
성격 | 전설|지명유래담 |
주요 등장 인물 | 노승|마을 사람|장정 머슴 |
모티프 유형 | 노승이 일러준 대로 외로이 박힌 돌을 찾아 제를 지낸 뒤 이룬 풍작 |
[정의]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에서 고석배기들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고석배기들 이야기」는 마을에 흉년이 자주 들어 원인을 찾던 중 노승이 일러준 대로 뒷산에 있는 외로이 박힌 돌[고석배기돌]을 들판에 묻고 재를 지낸 뒤 풍작을 이뤘다는 지명유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적량면지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적량면지』에 실려 있다. 또한 2004년 하동군 각지에서 채록·수집한 설화 자료를 중심으로 하동향토사연구위원회가 집필하여 2005년 하동문화원에서 발행한 『하동의 구전설화』의 209~211쪽에도 수록되어 있다. 「고석배기들 이야기」는 적량면 조사위원 박용규가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에 이 고석배기들에 흉년이 자주 들고, 곡식이 잘 되지 아니하여 동네 사람들의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그 원인을 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쉽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이 소식을 듣고 마을 촌장을 찾아 이르기를 “마을 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외롭게 서 있는 돌이 하나 있을 터인즉, 그 돌을 가져다가 이곳에 묻어 제사하면 동네 근심이 벗어지리라” 하고 떠났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동원하여 마을 뒤 높은 산[구자산] 아래에 가서 외롭게 서 있는 돌을 찾았으나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노승이 돌의 모양이나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큰 돌이 외롭게 서 있는 것만 찾아 다녔던 것이다.
수일이 지난 뒤 다시 노승이 마을 앞을 지나면서 모여 있는 아낙네에게 들릴 듯 말 듯 탄식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어찌 이곳 사람들은 큰 바위만 찾아 법석인가? 장골 하나면 족할 터인데…….” 이 말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온 동네 사람들이 목욕재계하고 제를 지낸 뒤 뒷산에 올라 그 외롭게 선 돌, 고석(孤石)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그 돌을 찾지 못했다.
수일 뒤 다시 노승이 나타나 지나가면서 말을 흘리기를 “장골 하나면 족할 것을…….” 하고는 사라졌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마을 지주(地主) 한 사람이 가장 힘센 장정 하나를 불러 보름 동안 목욕재계하고 부정한 일을 금기하게 하며 공을 들인 후 혼자 산으로 보냈다.
산으로 올라간 이 장정은 이미 보름 동안이나 정신을 쏟은 터라 높은 산에 올라와 보니 곤한 피로가 덮쳐 와서 만사 제쳐 놓고 언덕에 기대어 쉬고 있는 중에 부지불식간에 잠이 들었다. 한숨 자고 잠을 깨어 몸을 움츠려 보니 자기 주위에는 돌멩이 하나 없고 나무 하나 없는 맨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고, 그 옆에 의지할 만한 돌 하나만 있었다.
잠결에 눈을 뜨려할 때 옆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다. 장정이 정신을 차려 보니 한 짐이 될 정도의 돌 한 덩이가 외롭게 서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장정은 돌에 절을 수십 번 하고 “찾았다! 찾았다! 귀한 손님 찾았다! 동네 사람들아 …….” 하고 고함을 지르고 그 돌을 업어 매고 단 걸음에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에서는 이미 고함 소리를 듣고 제를 드릴 준비까지 마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돌을 들판 한편에 묻고 풍년을 기원하는 대제(大祭)를 올렸다. 그 후로 도승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 들판에서는 매년 풍작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돌을 외로이 박힌 돌, ‘고석배기돌’이라 하고 매년 고석대제(孤石大祭)를 올렸다고 한다. 한편 장정 머슴들은 주인들의 대우가 시원찮으면 그 묻혀 있는 고석을 주인들 몰래 파내어 숨겼다고 한다. 고석을 파내어 숨기고 나니, 과연 흉작이 되더라고 한다. 그래서 지주들은 머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 주었다고 한다. 고석이 박혀 있는 들을 ‘고석배기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후세 사람들이 그 고석을 파 보니 그 모형이 마치 우리나라 지도 같았고, 38선 위치도 나타나 있더라고 했다. 1970년대에 그 돌을 도둑맞았고, 그 후 경지 정리로 인하여 그 들판의 모습도 바뀌어졌으나 지금도 ‘고석배기들’이라는 이름은 마을 사람들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모티프 분석]
「고석배기들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노승이 일러준 대로 외로이 박힌 돌을 찾아 제를 지낸 뒤 이룬 풍작’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것은 백성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머슴이나 지주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다. 「고석배기들 이야기」의 배경을 보면 마을 단위로 동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액을 막아내고 복을 부르는 제가 치러지던 때의 이야기이다. 문제의 원인은 흉년이고, 문제의 해결은 풍년이다. 풍년이 들게 하려면 외로운 돌을 찾아 제를 지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는 노승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자는 마을의 장정 머슴이다.
노승은 도교적인 신선과 불교 수행자인 스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님은 마을 사람에게 문제 해결 정보를 제공한다. 마을 사람의 고충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며, 마을 사람이 고석을 찾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꿰뚫고 있다. 노승은 마을 사람에게 방법을 일러준다. 첫째, 마을 뒤 높은 산에 올라가 외롭게 서 있는 돌에 제사를 지내라. 둘째, 큰 바위가 아니라 장골 하나면 족할 정도의 바위를 찾으라는 것이다.
바위에 제사를 지내야 풍년이 든다는 것은 자연물을 숭상하라는 의미이다. 자연물 가운데서도 높은 산에 방치되어 있는 외로운 돌, 고석에 제를 지내라는 것은 자연물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며, 자연을 숭상하는 마음에서 풍년이 깃드는 이치를 가르치고 있다. 문제 해결자가 마을에서 가장 힘센 장정 머슴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장정 머슴은 훌륭한 농군이므로 그에게 외로운 바위가 나타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고석 대제를 올린 후에 풍년이 들었으며, 그 후로 머슴을 홀대하는 지주가 있으면 고석을 몰래 숨겨 흉년이 들게 하였기에 지주들이 머슴을 홀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농사를 짓는 노동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고석의 신비화는 후세에까지도 이어져 고석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와 닮았고, 그 고석에 38선이 그어져 있었다는 것을 본다면 역사적 예견력을 가진 돌로 믿게 된다. 그런 신비함을 가진 돌을 1970년대에 도둑을 맞았다고 하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가고, 노동에 대한 가치도 바뀌어 가는 현대의 문제를 꼬집고 있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