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702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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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海望洞日記 |
이칭/별칭 | 강형철,해망동,아메리카 타운,흑석동,이태원,반성적 힘,비판적 각성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전라북도 군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재용 |
[정의]
전라북도 군산 출신 작가 강형철이 1989년 펴낸 시집.
[개설]
강형철의 첫 시집 『해망동 일기』에는 비루한 역사와 일상의 가난에서 비롯하는 한(恨) 어린 감성이 가득하다. 이러한 한이 기인하는 곳은 어린 시절 시인이 살았던 군산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해망동과 아메리카 타운에 대한 연작시로 성장기의 아픈 추억들에 응한다. 또한 해망동은 한강 어름의 가난한 서울 동네들로, 아메리카 타운은 이태원으로 이어져 오늘의 그의 삶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시인은 「민중시」2에 「아메리카 타운 1」로 등단했으며, 현재 숭의 여자 대학 미디어 문예 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민족 문학 작가 회의 부이사장과 한국 문화 예술 진흥원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해망동 일기」 외에 「야트막한 사랑」[푸른숲, 1993],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창비, 2002]를 냈다. 2013년에는 평론가 김윤태와 함께 「신동엽 시전집」[개정판, 창비]을 내어 주목받았다.
[구성]
시집은 모두 5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해망동 일기」 연작을 중심으로 그리움이라 부를 만한 정서를 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연가 등이 그들의 고난 어린 삶에 대한 대비와 함께 담겨 있다. 제2부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아픔을 하나 하나 형상화했다. 달동네 사람들, 초등학교의 체육 대회, 대학의 교양 국어 시간, 술값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서울의 곳곳에서 체제가 내보이는 행복과는 모순된 삶을 드러낸다.
제3부는 분노와 투쟁의 시다. 이태원과 아메리카 타운 연작시가 실린 3부는 쉽게 형상화되지 않는 민족 모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지 화자의 주관적인 음성이 격렬한 음조로 울려온다. 제4부는 주로 통일을 염두에 둔 남북 문제가 눈에 띈다. 그와 함께 드러나는 정서는 부끄러움이다. 투쟁을 부르는 주관적 음성은 여기서 다시 반성적인 음조를 띠고 살아난다. 마치 격렬한 주관성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제5부는 이전까지의 일관된 정서가 한층 깊이 더해져 아이러니로 번져 나오는 시편들이 전면을 차지한다.
“이름처럼 혼자인 섬 독도가 아니고 / 두 개의 섬”[「독도」]이라는 표현으로 하지 못한 말과 해야 할 말의 모순을 삭이는 모습을 보이는 시편에서부터 “우리 모두의 꿈 / 지금 돌멩이 지랄탄 최루탄으로 터지고 있는데 / 너는 아직 화해할 수 없는 / 넝쿨 장미”[「너는 아직 넝쿨 장미」]라고 투사로서 시인으로서 아름다움을 곤혹스럽게 대하는 시편에 이르기까지 5부의 시는 강형철의 시가 새로운 내면을 갈고 닦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집 말미에는 김진경의 발문 「지금 해망동이라 불리는 뿌리의 의미망」이 실려 있다.
[내용]
강형철의 시는 한국의 사회적 모순을 응시하면서 다른 한편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 양면의 눈은 아마도 자신의 태생을, 교단에 서기 전의 자신의 삶을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반추하는 습관에서 생겼으리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가난으로 힘든 삶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가난을 견디며 오랜 세월 닦아온 한(恨)이 고향인 군산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이다. 그러한 면을 잘 보여주는 시로 「가슴에 피」를 소개한다.
“왜 그리 짠했을까 / 왜 그리 눈물이 핑 돌았을까
은로 초등학교 추계 체육 대회 / 마른 운동장에 한오큼씩 땅을 딛고 /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 소리 들릴 때 /
2학년 여자애들이 운동장을 돌 때 / 담장 너머 발돋움하면서도 /
그 아이들의 종아리가 / 왜 그리도 환히 보이며 짠해 보였을까
청군이 이기면 어쩌고/ 백군이 이기면 어쩌고 /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날렵하게 돌아가버린 나의 공리성이 슬펐을까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 한 사람씩 이어달리며 주고 받는 바톤이 /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다고 / 그렇게 온 힘을 다해 /
무엇인가에 열중한다는 것이 / 너무 귀하다며 /문득 가슴이 막혀왔다
어린 날, /동네 사람들 가슴에 맺힌 그 무엇을 /
건드리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을 때 /
가슴에 피 때문이라고/ 별 것 아니라고 /
장례를 치루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의의와 평가]
강형철은 「민중시」로 등단했다. 1980년대 「민중시」는 한국 사회 현실 인식의 첨병이었다. 그러나 강형철은 고향의 부모와 고향에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으로 이를 자기 반성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부정성의 자기 반영은 한국 문단에서 소중한 자산이다. 스스로가 한국 사회의 외부에 서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성장했다는 자각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비판을 위한 주체화된 분리가 단순히 한국 사회 전체를 대상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조차도 한국 사회의 궤도 안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계기를 만드는 작업이 강형철의 『해망동 일기』에서는 함께 기획되고 있다. 그러한 모색이 쉽지는 않겠으나 앞으로의 세대에게 현재의 세대와는 다른 계기를 주는 것이 중요함을 이 시집은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