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400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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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寡婦- |
영어의미역 | Stepping Stone Laid by the Son of a Widow Who Was in Love |
이칭/별칭 | 「도둑골과 도덕천에 얽힌 과부 이야기」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
집필자 | 한양하 |
[정의]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에서 징검다리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과부 사랑에 아들이 놓아준 징검다리」는 하동군 옥종면 도덕골에 사는 과부가 정부를 만나러 밤에 내를 건너는데 그 장면을 본 아들이 어머니 발이 시릴까봐 놓아준 징검다리를 효자도(孝子渡)라고 불렀다는 지명유래담이다. 이를 「도둑골과 도덕천에 얽힌 과부 이야기」라고도 한다.
[채록/수집 상황]
2004년 하동군 각지에서 채록·수집한 설화 자료를 중심으로 하동향토사연구위원회가 집필하여 2005년 하동문화원에서 발행한 『하동의 구전설화』의 504~505쪽에 「도둑골과 도덕천에 얽힌 과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과부 사랑에 아들이 놓아준 징검다리」는 옥종면 조사위원장 한충영이 현지에서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옥종 월횡(月橫) 삼거리를 택거리라고 한다. 이곳을 지나 모란바구까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가(人家)가 없어 밤이면 무서워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기를 꺼린다. 택거리에서 모란바구 쪽으로 200여m쯤 가면 절벽 아래 도덕천이 흐른다. 도덕천의 오른쪽으로 도는 산모퉁이를 도둑골이라 한다. 40~50년 전만해도 밤이면 도적이 나타나 행인들을 괴롭히니 사람들은 이로 인해 도적을 연상하고 이곳 지명이 도적골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곳 지명이 사실은 도덕천이고, 골 이름도 도덕골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도덕골이 도둑골로 잘못 변한 것이다. 이곳 도덕골에는 도덕에 얽힌 몇 가지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조횡구(趙橫溝)에 관한 효자도에 얽힌 효행(孝行)은 실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이 도덕골에는 어느 과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고지(古旨)에 사는 모(某) 과부가 옥종에 정부(情夫)를 정해 놓고 밤이 깊으면 몰래 이 도덕골을 지나 정부를 만나고 날이 새기 전에 돌아오곤 하였다.
하루는 그의 아들이 수상히 여기고 어머니 뒤를 미행하게 되었다. 엄동설한 밤이었는데 쏜살같이 달리던 어머니가 도덕골 아래 도덕천에 이르러 버선을 벗어 들고 꽁꽁 얼어붙은 물을 건너지 않은가. 이 장면을 바라본 아들은 어머니의 발이 얼마나 시릴까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그 뒤 아들은 자기 어머니가 버선을 벗지 않고 물을 건널 수 있도록 큰 바위로 어머니 몰래 징검다리를 놓아두었다. 후세 사람들이 이 다리를 효자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과부 사랑에 아들이 놓아준 징검다리」의 주요 모티프는 ‘정부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를 위해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효자’이다. 보통 설화에서 여성이 중심이 된 내용을 보면 거의 여성의 정절, 지혜, 헌신을 다룬다. 이런 설화는 당대 사회가 바라는 여성으로 재교육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 중에는 여성의 정절보다 여성의 욕망을 인정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과부 사랑에 아들이 놓아준 징검다리」는 열(烈)보다는 효(孝)에 중심을 둔 이야기로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는 광포전설이다. 식자층에서는 충과 열을 중심 가치로 내세웠다면 민간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더 긍정적으로 인지하고자 했다.
과부의 개가를 용인하지 않았던 조선 초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실행부녀(失行婦女)와 재가한 여자의 자식들은 동반, 서반의 관직에 임명하지 못함”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1528년(중종 23) 『중종실록(中宗實錄)』에서 보면 “요사이 문벌 좋은 큰 집안이 먼저 법을 무너뜨려 과부가 젊으면 그 부형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도록 허락하고 태연하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16세기에도 재가녀의 자손을 금고하는 규정은 효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1678년(숙종 4) 『경상도단성현호적대장』을 보면 여자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고, 『식년호적대장』을 보면 여성이 호주가 된 경우가 234건으로 전체 호주의 11.1%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과부의 입지가 사회적 문제로 인지될 수밖에 없으며, 여성 욕망의 문제 또한 열의 가치로 재단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과부가 등장하는 『한국구비문학대계』의 이야기는 모두 143화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개가냐 수절이냐. 이 이야기에서는 수절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둘째, 수절, 개가 이면의 욕망 실현의 문제이다. 이 이야기에는 ‘과부의 아들이 놓은 다리’ 유형이 들어가는데, 주변에서 개가를 적극 돕는 경우이다. 셋째는 소화류(笑話類)로 과부를 욕보이려는 남성을 우스개로 삼은 이야기들이다.
「과부 사랑에 아들이 놓아준 징검다리」는 여성의 욕망을 인정하는 유형의 이야기로 마을의 이름인 ‘도덕골’과 반어적이다. 그러나 아들이 욕망을 가진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으로 어머니를 이해하는 효심이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라는 것으로 당시 사대부 계층의 정절 관념과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