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광주광역시에서 확인된 구석기시대의 유적.

[개설]

구석기시대는 약 260만 년 전~1만 2천 년 전까지의 시기로 지질학적으로는 제4기 갱신세에 속한다. 이 시기 지구는 빙하기로 극지방과 높은 산악 지역에 빙하가 형성되면서 해수면이 낮아진다. 한반도 역시 서해의 낮은 대륙붕 중 일부는 육지화되었다. 20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는 적어도 150만 년 전 동아시아 지역에 도달하였으며 중국과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이르렀다.

구석기시대 인류는 돌을 깨뜨려 만든 뗀석기를 이용해 채집과 사냥을 하며 이동생활을 하였다. 구석기시대는 일반적으로 석기의 기술적인 발전을 기준으로 전기, 중기, 후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와 중기구석기시대에는 주로 석영암이나 규암을 이용해 주먹도끼, 찍개, 여러면석기 등 대형 몸돌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후기구석기시대에는 유문암, 혼펠스, 흑요석 등의 화산암을 이용해 밀개, 긁개, 새기개, 뚜르개, 부리날, 자르개 등 소형의 잔손질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특히 후기구석기시대 석기는 치밀한 돌감의 선별, 도구의 기능 분화와 소형화, 돌날과 좀돌날떼기 기법을 이용한 석기 제작을 그 특징으로 한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보성강과 영산강을 중심으로 중기와 후기에 해당되는 구석기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유적과 유물]

광주광역시에서는 1993년 발굴 조사된 산월동 유적의 재퇴적된 모래층에서 구석기시대 뗀석기가 수습되면서 구석기 유적의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그 뒤 1996년에 발굴 조사된 치평동 유적의 구석기시대 갱신세층에서 뗀석기가 출토돼 그 존재가 분명히 밝혀졌다.

광주광역시 산월동 유적은 광주 지역뿐 아니라 영산강 유역 최초로 구석기시대의 뗀석기가 출토된 유적이다. 이 유적은 극락강가에 있는 산월동 포산마을의 동편 산월들과 봉산들을 포함하는 유적으로 산월들에서 격지와 긁개를 포함한 유문암제 석기 10점, 봉산들에서 반암제 찍개 1점이 수습되었다. 구석기 유적 조사가 아닌 이탄층의 자연 유물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유물로 제 층이 아닌 재퇴적된 모래층에서 출토되었다. 출토된 유물은 후기구석기시대 석기의 특징을 보인다.

1996년 무등산과 영산강이 만나는 광주광역시 치평동 유적에서 2개의 구석기 유물층이 확인되었다. 아래쪽의 1유물층에서 3점, 위쪽의 2유물층에서 6점이 출토되었으며 지표에서 수습된 3점을 포함해 모두 12점의 석기가 수습되었다. 출토 석기의 구성은 1유물층의 규암제 몸돌과 긁개, 2유물층의 석영암제 찍개와 여러면석기, 응회암제 몸돌과 격지, 지표의 석영암제 긁개와 몸돌, 반암제 여러면석기이다. 두 문화층 모두 몸돌석기가 있으나 격지나 부스러기, 망치나 모룻돌 등 석기 제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유물은 없다. 두 유물층의 시기는 지층의 퇴적 순서를 근거로 했을 때 중기구석기시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매월동 동산 유적, 신촌 유적, 덕림동 을림 유적, 용두동 유적에서 구석기 문화층이나 구석기 유물이 확인된 바 있다.

[의의와 평가]

산월동 유적을 통해 1990년대 초반까지 구석기 유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광주 지역에서 구석기시대의 존재 가능성이 시사되었으며, 3년 뒤 치평동 유적을 통해 그 존재가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특히 치평동 유적은 광주 지역은 물론 영산강 유역 전체에서도 전공자에 의해 이루어진 첫 갱신세층 조사였으며 안정된 지층에서 뗀석기가 포함된 2개의 구석기 유물층이 확인됨으로써 학술사적 의미가 크다.

이후 영산강 중·하류의 나주 일대와 영산강 지류인 지석강, 황룡강 유역에서도 지표 조사를 통해 많은 구석기 유적이 보고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장수동 장산등 유적, 산수동 용산 유적, 연산동 금곡 ‘다’ 유적, 용봉동 용봉 유적, 석정동 농막 유적, 석정동 피난 유적 등 6곳이 지표 조사를 통해 구석기 유적으로 추가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