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고려 후기의 문신.

[개설]

김지대(金之岱)[1190∼1266]는 초명이 중룡(仲龍), 시호는 영헌(英憲)이다. 청도 김씨(淸道金氏)의 시조로 오산군(鰲山君)[오산은 경상도 청도]에 봉해졌다. 풍채가 큰데다가 기개가 있고 얽매이지 아니하여 원대한 뜻이 있었으며, 문장에 뛰어났다고 한다.

[가계]

김지대에 관한 기록을 모은 『영헌공 실기(英憲公實記)』에 수록된 세계(世系)에 의하면, 신라 경순왕이 8대조, 공부 시랑 평장사(工部侍郞平章事) 김은열(金殷悅)이 7대조이며, 아버지는 시중(侍中) 김여흥(金余興)이다. 김지대는 셋째 아들이다.

[활동 사항]

1217년(고종 4) 거란 병사들이 침입했을 때 아버지 대신에 군인으로 출정했는데, 병졸들이 모두 방패에다 기괴한 짐승을 그렸으나, 김지대는 유독 ‘순두시(盾頭詩)’라 불리는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나라의 근심은 신하의 근심/ 어버이 근심은 자식의 근심/ 어버이 대신 나라 은혜 갚는다면/ 충과 효 두 가지를 다 닦는 것이리[國患臣之患 親憂子所憂 代親如報國 忠孝可雙修].” 원수(元帥) 조충(趙冲)이 이 글을 보고 적재적소에 등용하였다. 1218년(고종 5) 조충이 지공거(知貢擧)가 되자 김지대를 장원으로 발탁하고 전주 사록(全州司錄)에 임명하였다. 김지대는 고아와 과부 등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한편, 힘센 토호들을 억눌러서 관리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1240년(고종 27) 전라도 안찰사로 있을 때, 최우(崔瑀)의 아들 최만전(崔萬全)[최항(崔沆)]이 진도의 한 절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거느린 수하들이 횡포를 부리며 방자하게 굴었다. 그 중에서도 통지(通知)라는 자가 더욱 심했는데, 김지대는 통지의 청탁을 모두 물리치고 시행하지 않았다. 한번은 김지대가 만전이 있는 절에 갔더니, 최만전이 열 몇 가지 일을 청탁하였다. 김지대가 청탁을 수용하되 몇 가지 일을 보류하면서, “행영(行營)에 가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니 통지(通知)를 보내주면 같이 살펴보겠다.”라고 했다. 며칠 뒤에 과연 통지가 찾아오자 묶도록 명령하고, 통지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낱낱이 지적한 뒤 강물 속에다 던져 버렸다. 이 일로 인하여 최만전이 원한을 품고 있었으나 김지대가 청렴하고 삼가며 허물이 없었기 때문에 끝내 헤칠 도리가 없었다.

1258년(고종 45) 몽고 병사가 침입했을 때, 여색을 탐하고 국방을 소홀히 하던 홍희(洪熙)를 대신하여 김지대를 파견하자 서북 40여 성이 안도하였다. 원종(元宗) 초에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자 수태부(守太傅)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郎平章事)로 치사(致仕)하게 했다. 세상을 떠날 때는 머리를 깎고 앉은 채로 숨을 거두었다 한다.

[학문과 저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김지대는 역시 문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하는 김지대의 시문은 한시 9수[그 가운데 「유중화(遊中華)」는 그의 작품이 아닐 가능성도 있음]와 ‘계(啓)’ 2편이 전부이다. 이들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영헌공 실기』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한시 예술의 미의식(美意識)에 대하여 정감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과거 비평가의 언급을 살펴보면, 김지대는 결코 그대로 묻혀 있어서는 안 될 시인으로 보인다. 예컨대 서거정(徐居正)은 고려 전기 및 무신 집권기를 대표하는 15명의 시인 가운데 김지대를 포함시키고 있고, 남용익(南龍翼)은 고려 시대 전체를 대표하는 시인 25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김지대를 포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지대는 역대 시화집(詩話集)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인으로서 정지상(鄭知常)과 함께 요체시(拗體詩)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지대의 시 「유가사(瑜伽寺)」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재연하무사중(寺在煙霞無事中)[절은 안개와 노을 일없는 가운데 있는데]

난산적취추광농(亂山滴翠秋光濃)[겹겹 산엔 푸른 물 뜯고 가을빛이 짙어가네]

운간절등육칠리(雲間絶磴六七里)[구름 사이 끊어진 돌길 육칠 리나 이어지고]

천말요잠천만중(天末遙岑千萬重)[하늘 끝 먼 봉우리 천만으로 겹쳐졌네.]

다파송첨괘미월(茶罷松簷掛微月)[차 다 마신 솔 처마에 조각달 걸려 있고]

강란풍탑요잔종(講闌風榻搖殘鍾)[강의 끝난 바람 자리 종소리의 여운이 흔들리네]

계류응소옥요객(溪流應笑玉腰客)[개울물은 틀림없이 벼슬아치를 비웃겠지]

욕세미세홍진종(欲洗未洗紅塵蹤)[씻으려도 홍진의 자취 씻을 수가 없다고.]

[묘소]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대현상동 금릉곡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근에 재실인 염수당(念修堂)이 있다.

[상훈과 추모]

경상남도 밀양시 청도면 두곡리 남계 서원(南溪書院)[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299호]에 배향되었으며,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남산(南山) 산록에 있는 성황사(城隍祠)에서는 김지대를 청도의 성황신으로 모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