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D01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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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 죽변4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명동 |
죽변의 새벽은 어판장에서 울려 퍼지는 호루라기 소리에서 시작된다. 동이 트기 전 아직 어둠이 깔린 시간 죽변항에는 오징어 또는 게를 잡기 위한 출항준비로 분주한 어선들의 밝은 불빛으로 대낮을 방불케 한다. 작게는 3톤 크게는 6톤에 이르는 대게잡이 자망어선과 오징어잡이 어선은 해무를 가르며 선단을 이루고 바다를 향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검은 바다 위 불빛들이 앞서 가는 불빛을 놓칠세라 줄을 지어서 달려 나가고 그 뒤를 이어 다른 불빛들이 연신 쫓아나가는 것이 장관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침을 일찍 연 어선들은 아침 9시가 되면 분주하게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들 중 몇 척의 어선들은 하루 전 새벽에 출발하여 하루를 바다에서 꼬박 보낸 뒤 만선을 기쁨을 안고 묵직한 어선을 항구에 갖다 대기도 하며, 생각보다 많이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힘들게 항구에 갖다 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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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리 전경
오징어와 대게를 실은 어선들이 항구에 도착하기 전 죽변수협어판장을 가득 채우는 사람은 경매인과 중매인으로 고기가 뭍으로 오르기 무섭게 눈으로 그들을 쫓아가며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려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물고기만을 본 그들에게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의 선별은 굳이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눈으로도 확신할 수 있다.
선주들은 항구에 배가 대기 무섭게 자신의 자리에서 잡은 어획물을 보기 좋게 진열시킨다. 중매인들은 하선에서부터 눈을 돌리며 각 배들을 쳐다보고 그리고 좋은 어획물을 먼저 획득하기 위한 계산에 들어간다. 이윽고 경매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게 되면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을 중심으로 중매인들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은 수협 소속의 경매인이다. 죽변위판장에는 약 20여명의 중매인이 활동 중으로, 그들 대부분은 상인으로 활동하다가 중매인이 된 사람이다. 중매인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거주하여야 하고, 수협에 담보 제공과 함께 보증인이 2인 필요하다. 특별한 위반사항이 없는 한 중매인의 자격은 계속 주어지며, 대물림되는 경우는 없다. 중매인은 단일 품목만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품목을 함께 취급하며, 철마다 바뀌는 어종들을 잘 선별할 수 있어야 유능한 중매인으로써 인정받는다.
연신 물고기와 경매인 그리고 주변에 눈을 돌려가며 나무판에다 무엇인가를 적고 재빨리 다고 그것을 경매인에게 보여주고를 반복하는 중매인들에게 좋은 해산물을 낙찰받기 위한 특별한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 그들이 가지는 ‘후다’라는 일명 나무판과 백묵이 유일한 도구이다. 중매인이 30명 이상 되는 큰 어판장에서는 경매인이 일일이 후다에 적힌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수신호를 통해 그 가격을 결정하지만, 20여명 남짓 죽변항 어판장에서는 아직도 후다를 통해 경매가 결정된다. 후다를 닫을 때마다 들리는 ‘딱’ 소리는 마치 그들만의 암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경매가 종료된 어획물에 대해서는 낙찰을 받은 중개인이 가져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좋은 어획물을 포획하지 못하여 낙찰을 받지 못하거나 또는 가격이 낮게 책정된 사람들은 불만을 표시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경매를 하는 과정에서 종종 큰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가격에 대한 불만과 함께 물 좋은 어획물을 낙찰 받지 못한 이들의 불만소리로 종종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경매에 수긍하고 다시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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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