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14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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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Jindo ssitgimgut |
영어의미역 | Jindo Purification Rite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제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집필자 | 이경엽 |
[정의]
죽은 자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무당이 하는 제사.
[개설]
죽은 이의 혼령을 위한 무당굿은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는데, 호남지역에서 죽은 사람을 위하여 무당이 주관하여 치루는 종교적 제의를 특히 씻김굿이라고 한다. 씻김굿은 불교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시간과 장소에 따라 굿의 내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씻김이란 다른 말로 하면 세례(洗禮)일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나 천주교의 의식 속에서도 세례의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 무속의 씻김굿이나 기독교의 세례의식이 모두 종교적 원리로서는 동일하다. 씻김굿은 특히 전체의 죽은 사람을 위한 굿을 지칭하는 대표단수로 쓰이기도 하지만, 씻김굿 12마당 중의 1마당을 부르는 명칭이기도 하다. 죽은 사람의 몸을 대신하는 일정한 상징물을 만들어두고 무당은 쑥물, 향물, 그리고 정화수로 차례로 씻겨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은 바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천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종교적인 의식이다. 본래 씻김[洗禮]는 세계 보편적인 종교적 의식인 한편 우리나라의 통과의례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내용이다. 즉 아기가 태어나면 목욕부터 시키며, 죽은 사람도 염습을 한다. 이러한 풍습은 태어나는 것은 저승에서 이승으로 왔다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이라고 믿어 왔던 전통적인 우리 민족의 종교적 세계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질적으로 다른 공간, 즉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씻김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통과의례에서 볼 수 있는 세례가 바로 무속의례에서 씻김굿의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명칭 유래]
씻김굿에서의 ‘씻김’이란 말 속에는 이승에 살 때 맺힌 원한을 지우고 씻어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진도씻김굿을 하는 도중에 정화수와 쑥물, 향물로 망자의 영혼을 씻어주는 ‘씻김’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그것이 굿 전체의 이름이 된 것이다. 특히 진도지역에서는 많은 종류의 무당굿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씻김굿이 중심을 이룬다. 그만큼 무속의례를 죽은 사람을 위해 치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면 이승을 맴돌면서 살아 있는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씻김굿은 한편으로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굿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 그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간에 일종의 무의식적 적대감을 느낀다고 했다. 동양에서는 예전부터 한과 원이 많은 사람은 죽어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믿어 왔다. 따라서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종교적으로 장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제 명에 살다가 못한 사람이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 또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은 사람, 전쟁이나 사고로 죽은 사람 등을 모두 억울하게 죽은 사람으로 간주를 하고 이들을 위한 국가적 또는 사회적 의례를 만들어 수행하기도 했다. 신라에서 시작하여 고려시대까지 지속되었던 팔관회(八關會)가 그것이고, 불교가 일반화되면서는 수륙재(水陸齋), 유교가 성행하면서는 여제(厲祭) 등으로 바뀌어 왔다. 이러한 제사는 모두 국가 또는 관청에서 주관했던 제사였다. 대신에 민간에서 가정적으로 올려지는 억울한 영혼을 위한 종교의식은 무당이 주제하는 씻김굿(지역에 따라서는 오구굿이라 함)이며, 씻김이라는 종교적 의식을 통해서 저승으로 죽은 영혼이 잘 천도할 것을 믿어 왔기 때문에 과거에는 매우 성행했던 전통적인 무속의례가 바로 씻김굿이었던 것이다.
[절차]
진도씻김굿은 굿의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띤다. 초상이 났을 때 출상 전날 시신 옆에서 직접 하는 곽머리 씻김굿, 집안에 우환이 있든가 좋지 않은 일들이 자주 일어날 때 문점을 하고 날을 받아서 하는 날받이 씻김굿, 물에 빠져 죽은 혼을 건지기 위한 넋건지기굿, 미혼으로 죽은 이를 위한 저승혼사굿 등이 있다.
굿의 성격에 따라 굿하는 절차 역시 약간씩 달라진다. 물에 빠져 죽은 이를 위한 굿에서는 물가에서 넋건지기굿을 한 후에 집안으로 영혼을 모셔와 굿을 하며, 객사한 영혼을 위한 굿에서는 안당을 한 후 골목 어귀에서 혼맞이로 영혼을 불러들인 후 본격적인 굿을 한다.
미혼으로 죽은 영혼을 위해서는 혼맞이와 결혼굿을 한 후 씻김을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진굿이 아니다’는 관념적 구분에 의해 조왕굿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진도씻김굿의 절차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가장 짜임새 있는 굿은 날받이 씻김굿으로, 채정례의 씻김굿은 안당-초가망석-손굿-제석굿-선영모시기-넋올리기-희설-씻김-고풀이-길닦음-종천 순으로 진행되며, 김대례의 씻김굿은 안당-초가망석-처올리기-손굿-제석굿-선영모시기-액막이-고풀이-씻김-희설-넋올리기-길닦음-종천 순으로 진행된다.
진도씻김굿은 전반부-중반부-종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안당부터 선영모시기까지의 과정은 산사람들의 복덕을 축원하는 전반부에 해당하고, 그 뒤부터 길닦음까지는 망자를 천도하기 위한 중반부이며, 마지막 종천은 굿을 마감하는 종반부이다.
처음에는 집안의 마루 또는 안방에서 굿을 하다가 초가망석 이후부터 마당으로 나와 굿을 한다. 굿청은 마당에 차일을 치고 삼면을 포장으로 막아놓은 임시 천막으로, 그 안에 병풍을 세우고 굿상을 차려놓는다. 마지막 절차인 종천은 대문간에서 한다. 씻김굿의 전반적인 구성과 그 내용 등은 아래 표와 같다.
[제물/용품/제구]
진도씻김굿에서 사용되는 무구는 대개 일상용품들이다. 넋이나 지전과 같은 무구는 창호지를 오려서 제작하고, 넋당석이나 영돈말이 등은 석작·키·빗자루·물그릇 등을 활용한다. 별도의 물건이 아닌 생활도구를 전용하여 무구로 사용하며, 전용을 통해 씻김·풀이·닦음과 같은 의례적 상징과 신성을 획득하고 있다.
[옷차림]
무복은 과거에는 색띠가 들어간 남색 쾌자를 입었으나 지금은 제석굿에서 입는 흰색 장삼만이 특별할 뿐 일상에서 입는 한복을 입는다. 굿청 장식도 다른 지역에서 꽃으로 장식하는 것과는 달리 소박한 편이다.
[현황]
진도씻김굿은 현장에서 살아 있는 굿으로 전승되고 있다. 씻김굿이 이루어지는 굿판은 삶과 죽음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살아 있는 사람끼리 슬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용서하는 자리이다. 불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굿으로 춤이나 음악에서 예술적 요소가 뛰어나고 자료가치가 커서 1980년 11월 17일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되었고,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