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1B02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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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능말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덕묵 |
구름산 기슭 금천강씨 선산 옆에는 산제당과 약수터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곳은 아방리[능말] 주민들에게 산신 신앙과 용신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제당으로 기능하고 있다. 산과 물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신앙화 되며 그러한 자연물은 신격화 될 수 있다. 민중의 염원이 깊이 서려 있다.
[산신 신앙을 보여 주는 아방리 산제당]
원래 아방리[능말]의 산제당에는 노송(老松)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나무에 산제를 지내는 형태는 경기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식이다. 성남시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있는 청계산 주변의 마을 제당 역시 대부분 수목(樹木)으로 되어 있다. 산제당의 벽면에 ‘구름산 제사당 1986. 9. 9 개축’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무렵에 개축된 것으로 보인다.
주민 이재숙[1932년생] 씨에 의하면, 한때 아방리[능말]에는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마을 노인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에 자꾸 좋지 않은 일이 생기자, 이재숙 씨가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거두고 일꾼을 사서 당을 지었다고 한다. 시멘트 벽돌 위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은 산제당은 문이 없는데, 당을 지었을 당시에는 달아 놓았으나 누군가가 자꾸 문을 파손해서 더 이상은 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앙을 달리한다고 하여 주민 공동체의 신성한 제당을 훼손하는 것은 교양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광명시에서도 오늘날 광명 지역에 몇 군데 남지 않은 마을 제당을 지원하고 보수하여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재란 왕이 누워 있는 능이나 고궁, 유교 건축 등과 같이 과거 지배층들의 유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초들의 소중한 삶의 흔적과 내력이 담겨 있는 신앙물과 민가, 생활사 자료 모두가 지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능케 해 주는 자산이다.
광명시를 대표하는 산이 무엇인가. 구름산이 아닌가. 그 산과 주변 사람들의 문화를 지역 문화의 콘텐츠로 활용하려 할 때 산 주위의 마을 제당은 소중한 자산이며 문화 코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것에 엄청난 의미와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치성과 굿을 드리던 약수터]
산제당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 마을에 거주하던 무당이 늘 치성을 드리고 굿을 했다. 만신이 경기도 안산으로 떠난 후 최근에는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약수터는 예부터 인근 사람들이 기도 발원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물이 있는 곳이면 용왕 기도처가 되는 것이 우리의 전통신앙이다. 마을 주변의 약수터와 우물, 시냇가는 그래서 늘 용왕 기도처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이곳 구름산 기슭의 약수터는 산제당에서 제를 지낼 때 이 물로 술을 빚고 밥을 지으며 정화수를 바치는 물로 쓰였다. 주민들에게는 당연히 신성스런 물로 모셔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2000년대 중반 광명시에서 약수터 옆에 철봉을 만들어 놓은 뒤로 이곳에는 아침에 운동을 하거나 구름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산제당이나 약수터를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전통 문화나 민속 신앙의 눈으로 관찰해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소원 한 가지씩을 빌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