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이팝나무 숲 보존 노력과 애림 정신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400A020202
한자 - 保存 努力- 愛林 精神
분야 지리/동식물
유형 마을/마을 이야기
지역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경용

[정의]

이팝나무 숲 보존 노력과 애림 정신

[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의 방패막이]

다리목 마을의 이팝나무 숲은 마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할 정도로 오래된다. 원로들은 마을이 조성되던 무렵부터 이팝나무 숲이 조성되었다고 말한다. ‘동네 방패’라고 일컫는 말처럼, 이팝나무 숲은 마을을 지켜주는 보호림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이는 ‘이팝나무 숲 너머의 곳’을 의미하는 ‘간넘’ 지명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서 ‘간(干)’은 방패를 뜻하므로 이팝나무 숲 너머는 곧 ‘간넘’이 된다. 2006년 출향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 만든 이팝나무 숲 입구에 조성한 팔각정 쉼터인 ‘교간정(橋干亭)’ 명칭도 이를 함의한다. ‘교간정’은 ‘다리목 마을의 방패’라는 의미를 지닌다.

지형적으로 보면 다리목 마을은 동남쪽으로는 금계산(金鷄山)과 대방산(大方山)이 있어 남동풍을 막아준다. 하지만 북서쪽으로는 낙동강을 따라 벌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으므로 한겨울의 세찬 북서풍을 오롯이 맞아야 한다. 이팝나무 숲은 마을의 동남 방향에 약간 높게 위치하므로 바람막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본래는 이팝나무 숲 동산 사이에 야트막한 골짜기가 있었는데, 이를 메워 지형을 높였다고 한다.

[이팝나무 숲 보호 운동과 애림 정신의 실천]

연탄이나 가스, 석유가 가정용 연료로 보급되기 이전이던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촌락사회에서는 주로 땔감에 의존했다. 대도시 근교이기는 하지만, 다리목 마을도 농업 기반의 촌락이었으므로 예외는 아니었다. 주변에 금계산과 대방산이 있기는 하지만, 평지에 입지한 마을이어서 땔감 조달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농업 부산물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것들은 땔감으로 활용되었다. 이팝나무 숲의 나뭇가지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알게 모르게 훼손되기도 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이팝나무 숲을 보호할 방도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팝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그 집의 사람이 죽거나 소가 죽는다. 다만 동사(洞舍) 유지 등 공적 용도로 사용하면 괜찮다.”(김선린)

이팝나무를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제정해서 실천해온 고육지책이자 무시무시한 금기(禁忌)였다. 마을 원로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와 같은 금기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언설이었다. 이러한 금기로 인해 이팝나무 숲은 오랜 세월을 버텨내며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소유권 분쟁과 이팝나무 숲 지켜내기]

이렇게 지켜온 이팝나무 숲은 10여 년 전 소유권 분쟁까지 겪었다. 3천여 평에 달하는 숲이 어느 순간 달성군청의 소유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다리목 마을 주민들은 이를 되찾기 위해 달성군을 상대로 소유권 환원을 위한 법적 소송까지 냈다. 그 과정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팝나무 숲을 보존해온 노력들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소유 주체임을 주장했다.

원로들에 의하면, 마을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이팝나무 숲 보존 운동을 펼쳐왔다. 오랜 세월 풍우로 인해 뿌리가 드러나자 마을 사람들은 가가호호 울력으로 이팝나무 밑동의 북을 돋웠다. 멀리 금계산까지 가서는 석재를 운반해와 토사가 무너져 내린 이팝나무 숲 가장자리에 석축도 쌓았다. 여름철 나무에다 소를 매던 행위도 금하였다.

이팝나무에 해코지를 하면, 쌀 한 말씩을 벌금으로 물렸다. 이팝나무 보존회도 결성하여 보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로써 이팝나무 숲 소유권 환원 소송은 다리목 마을 사람들의 승리로 끝나 마침내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팝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

근년에는 출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팝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을 전개하여 그루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애림(愛林) 정신을 실천한 사례로 귀감이 되고 있다. 출향민들은 기존의 이팝나무가 차츰 고목이 되어감으로써 개체 수가 줄어듦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이 운동을 전개하였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출향민들은 2000년 초부터 고향 사랑의 뜻을 모아 이팝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82명의 출향민들이 615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달성군의 지원금 2,000만원을 보태 이팝나무 묘목을 식재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함은 물론 2006년 6월에는 팔각정 쉼터도 조성했다. 다음은 팔각정 쉼터 교간정 표석에 적힌 ‘취지문’으로 다리목 마을 사람들의 이팝나무 숲에 대한 애정을 말해준다.

「금계산 자락 낙동강 연변 마가야 넓은 들판을 낀 이곳 다리목 마을 이팝나무 노목이 우거진 앞동산은 늘 고향 마을을 감싸 안고 방패가 되어 주었네. 이곳에서 자라서 출향한 뜻있는 많은 인사들이 고향 사랑 잊지 않고 자진 출연한 이팝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의 성금이 기초가 되어 자치군의 지원금으로 팔각정이 세워지고 마을을 지켜주는 뜻을 담아 ‘교간정(橋干亭)’이라 명명하고 성금으로 주변 조경을 단장하였네. 마을 후대 손손 번영을 기원하고 준공을 기념함이다.」

[정보 제공자]

김선린(남, 1930년생, 대구 광역시 달성군 옥포면[현 옥포읍] 교항리 다리목 마을 전 이장)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